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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때문에 일찍 출근했던 9월 5일 월요일.
폰을 만지다가 지난 1년 간 예약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바람이 좋은 저녁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다.
9월 16일~17일 예약이 개방되었다는 글에 들어가 '어차피 예약 다 완료되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예약 창에 들어가 봤다.
근데 1번 사이트가 비어 있었다.
일단 고민도 하지 않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유리한테 무조건 가야 한다고 카톡으로 통보를 해버렸다.

예약하고 나서 나혼자산다에 전현무님이 이곳 캠핑장에 다녀온 것이 방송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을 듣고 나서 든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예약이 더 힘들어질 것 같다 ㅠ



금요일 연차 쓰고 가는 길이다.
평일에 쉬면 기분이 정말 좋다.

캠핑장에 거의 다 와서는 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유리 차로 갔다.
덕분에 나는 조수석에서 편하게 경치 구경하며 ㅎㅎ 외갓집이 이쪽이라 어릴 적 상주, 선산, 구미는 명절마다 왔었는데, 군위는 처음이다.
차로 안 쉬고 3시간 30분이 걸리니 멀긴 멀다.

여기부터 시작이다.



이곳 화산산성, 화산마을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인지 마을까지 도로확장 공사가 한참이다.



이곳 화산마을의 마을길은 자동차 교행이 힘들기 때문에 곳곳에 표지판으로 진행방향을 알려준다.
그 진행방향을 지도에 표시하면 위와 같다.(기억에 의존해서 부정확할 수 있다.)

캠핑장은 우측 상단의 노란색 1번 박스 내에 있다.


1. 캠핑(바람이 좋은 저녁)

마을길을 따라오다 보면 우측에 캠핑장 입구가 보인다.
그물이 2군데에 쳐져 있다.
예약한 사이트에 따라 둘 중 하나의 그물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캠핑장 입구는 이렇게 그물망이 쳐져 있는데, 들어오고 나갈 때 알아서 열고 닫으면 된다.



1번, 23번, 24번 사이트는 사이트 내 주차가 불가하고, 근처에 주차공간이 따로 있다.
특히 1번은 거리가 좀 있어서 짐 옮기기가 힘들 줄 알았는데, 다행히 우리 옆에 23, 24번 이용자분들이 아직 안 오셨다.
그 덕에 사이트까지 후진으로 들어와서 짐을 후딱 내릴 수 있었다.



이번 캠핑은 중고로 들인 백컨트리 320 쉘터를 가지고 왔다.
10월 말에 계획되어 있는 7박 8일간의 강원도 캠핑 여행을 위해서 장만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연습 한 번 해보고, 필드에서는 처음이다.



성공적이다.
기본적으로 각 꼭짓점 4곳에 팩 다운을 1개씩 하면 되는데, 바람이 많은 곳이라 각 꼭짓점당 2개씩 더 팩 다운을 했다.
총 12개의 풀팩 다운을 했다.

자리는 엄청 넓다. 오른쪽으로도 약간 여유가 있으며, 왼쪽으로 보이는 곳 전부가 1번 사이트이다.
길이가 10미터는 되는 듯.




바람이 좋은 저녁 캠핑장은 위의 배치도에서 보면,
왼쪽(서쪽)으로 갈수록, 그리고 고지대(남쪽)로 갈수록 전망이 좋다.
그런 점에서 1번 사이트는 아쉬움이 약간 있는 사이트이다.
북쪽에 위치한 군위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크다.

더군다나 1번 사이트는 자리는 넓은데 사이트 내 주차가 안 돼서 더 아쉽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자리가 넓어서 사이트 내 주차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23번, 24번에 누군가 계시면 차가 나갈 수 없다.
즉, 자동차 통행로가 없다는 것이다.

또 파쇄석에 풀이 많이 자라 있어서 걸어 다닐 때마다 메뚜기가 펄쩍펄쩍 뛴다.
제초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것은 텐트 설치 위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메뚜기들과 24시간 동침을 했다. ㅎㅎ
여기서 메뚜기 200마리는 보고 온 듯하다.

음식물 쓰레기는 버릴 수 있으나,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는 되가져 가야 한다.
온수도 약간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곳 캠핑장 콘셉트가 노지 느낌, 자연 보존이니 이런 점이 싫으면 오지 말아야 하는 것 캠퍼 몫이다.
불편한 캠핑장인 것은 확실하다.



가을부터 동계에 주력으로 활용할 세팅이다.
더 추워지면 반사식 난로를 들고 다닐 예정이다.


늘 그렇듯 스노우피크 쉘프 컨테이너와 롬버스 상판 세팅이다.
낮잠을 자지 않을 거라면 낮에는 야침을 밖으로 빼놓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약간 좁은 감이 있다.

그리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는 것이 주방 동선을 위해서도 더 좋을 듯하다.



23번 사이트에서 본 풍경이다.
저 군위호가 1번에선 수목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캠핑장 중단에 위치한 관리동(화장실, 샤워장, 개수대)에 게시된 공지사항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가능하다면 방갈로 옆 화장실과 샤워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 지어져서 그런지 기존 관리동에 비해 엄청 깔끔하다.



점심도 먹지 않고 달려와서 바로 밥을 먹었다.
4시경 고기를 구워 먹었다.

참고로 이곳에선 이른 저녁을 먹고 노을이 지기 전에 풍차전망대로 걸어가 노을을 보는 것이 좋다.
10분이면 충분히 간다.



유리가 요즘 푹 빠진 제로알코올 맥주.
캔 쿨러에 끼워 먹는 걸 좋아한다.
내 캔 쿨러는 항상 비어 있음.



소고기만으로는 느끼해서 진짬뽕을 하나 끓였다.






해가 질 때쯤 옆사이트 예약자분께서 도착하셨다.
왜 이렇게 늦게 오시나 의아했는데, 금요일이었단 걸 잊고 있었다.


2. 풍차 전망대

캠핑장에서 매우 가깝다.
20여 대는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있다.
화장실은 없으니 주의할 것.



밥을 먹고 온 풍차전망대.
포토스폿 뒤로 코스모스가 피어 있고, 그 뒤로는 군위호가 보여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풍차전망대에서 본 화산마을은 대관령 느낌이 난다는 유리의 말이 있었다.
나는 대관령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높은 지대에 주변이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으면서 나무는 거의 없고 밭농사가 이루어지는 이곳에 대관령 느낌이 난다는 것은 동의할 만했다.
좀만 더 가꾸면 스위스 느낌도 날지도?







구름이 짙어서 노을을 길게 볼 수는 없었다.




주차장 한편에는 무인 시장이 있다.


풍차전망대에서 보이는 캠핑장 풍경이다.
가장 하단 맨 왼쪽이 우리 쉘터이고,
우측 주차장(2대 주차되어 있는 곳)에 주차를 한다.



풍차전망대 주차장에서 본 풍경이다.
여기 풍경이 더 좋은 것 같다.
대신 전신주와 전선이 거슬리긴 한다.



돌아와서 간식을 먹으며 드라마 수리남을 보았다.
저 크리스피 도넛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 온 것.

밭두렁은 구황작물 애호가인 유리가 하루견과처럼 1일 1봉 중이시다.


2차는 군만두.
그리고 잠을 잤다.



3. 운무

이곳에 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운무이다.
6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아침에 일어나 타임랩스 촬영을 했다.

이렇게 1시간 30분 정도 촬영했다.

동영상 캡처

이번 캠핑의 가장 큰 성과다.



해가 뜨니 쉘터 내부가 온실로 변했다.
이슬 맞은 쉘터를 말리고, 축축해진 침구류를 건조했다.



아침은 순두부찌개.
집에 있는 순두부찌개 양념과 순두부, 계란을 가져왔다.
진짜 딱 저것만 가져왔다.
파 조차도 없다.



더우니까 간단히 어서 해결하고 집 가서 제대로 먹는 게 낫다.


철수 전 마지막 티타임



4. 새로 지은 관리동?

이 관리동은 옆에 있는 방갈로 사용자만 사용하는 건가 싶어서 전날 샤워, 설거지, 화장실 이용 등을 저 위에서 했었다.
근데 가서 보니 캠핑장 이용객들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위에 있는 관리동에 비해서 너무 깔끔해서, 어제 이곳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됐다.
진짜 위에 있는 관리동 샤워장은 너무 관리가 안 돼서 이곳에 온 걸 후회하게 만들 정도였는데,
새로 지어진 관리동 정도라면 훌륭했다.



소변기 2개, 대변기 2개, 세면대 1개가 있다.



샤워장은 1인용이다.



화장실 옆에는 개수대가 있다.
기본으로 세제는 비치되어 있다.



빠른 철수를 위해 내부 결로를 닦아 낸다.



새로 산 콜랩즈 물통이다.(리뷰 예정)
식수는 스탠리 워터 저그에 들고 다니는데, 캠핑장 가서 사이트 내에 식수 외 손이나 과일을 씻거나, 식기를 간단히 헹굴 때에도 물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런 물을 사용하기 위해 항상 무엇을 살지 고민했는데, 콜랩즈 물통이 그 종착점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출수 시 두 손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 접이식일 것, 쉽게 자립이 가능할 것.
위의 3가지를 다 만족한다.

거기에 더해 색깔은 내 아이템들과 통일성이 있고, 용량도 10리터나 된다.



퇴실은 딱 12시에 했다.
더 일찍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짐을 걸어서 주차장까지 날라야 했기 때문에
23번, 24번 분들이 다 철수하실 때까지 천천히 정리를 했다.
정리하며 리뷰할 것들 동영상도 찍고 맘껏 여유를 부렸다.

나갈 때도 마찬가지로 입구 여닫기 실시.



5. 하늘 전망대

풍차 전망대에서 보면 하늘 전망대가 보인다.
더 높은 곳이다.
여기까지 온 김에 궁금한 건 다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2번 노란색 박스에 있는 하늘 전망대를 향해 간다.



하늘 전망대 데크에 오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풍차 전망대보다 경치가 더 좋다.
저 멀리 빨간색 풍차도 보인다.


망원경으로 본 풍차전망대



이렇게 찍었다. ㅋㅋ



하늘 전망대 데크



좋은 차박지인 것 같은데, 야영은 하지 말라고 써 있다.



하늘 전망대에 있는 로드 카페.
자리를 아주 잘 잡으신 것 같다.


청포도 에이드(왼쪽), 사과 주스(오른쪽)를 마셨다.




6. 군위의 육백마지기를 찾아서

하늘 전망대에 오르니 저 멀리 풍력발전기 밀집 지역이 보였다.
육백마지기에서 언젠가 차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어쩌면 내가 여기서 그와 비슷한 나만의 노지 포인트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는 설렘이 갑자기 생겼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려고 공사차량 진출입로를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고, 통제만 안 되어 있다면 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물론 나는 조수석에서 내비게이터 역할을 했다.

그런데 가다 보니 출입금지 팻말에 쇠사슬로 막혀있더라.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하고 다른 길로 가 보았다.
물음표(?) 방향으로 쭉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음산한 숲길을.

계속 가다 보니 군부대 화산 유격훈련장이라고 쓰인 부대 입구가 나왔다.
지금은 훈련장으로만 쓰여서 훈련이 없는 시기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신기해서 2018년 로드뷰도 봤는데 육군3사관학교라고 쓰여 있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자전거를 탄 50대 아저씨 한 분이 우리 차를 세우더니, 더 들어가면 뭐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우리처럼 풍력발전기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하는 분 같았다.
군대 훈련소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우리는 익산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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